빈티지 파카51 MK II(Parker 51 Mark II) 득펜기.


빈티지 파카 51 검정색 득펜기 (이베이 경매에서 수리까지)
Parker 51 MK II Aerometic BLACK (1950s)

작년 봄. 즐겨듣는 팟빵 매거진 월말 김어준에서 만년필편을 듣고난 뒤 만년필이란 필기구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 일단 하나 사서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쇼핑몰을 접속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만년필하면 몽블랑이지!
몽블랑 만년필을 검색했다. 가격에 눈을 의심했다.
와 엄청 비싼거였구나... 패스!!

다음은 펠리칸!!.... 오 너도 만만치 않은 물건 이구나...다음에 기회되면 보자

이렇게는 가정의 평화를 못 지키겠다라는 생각에 입문용 만년필을 검색해 본다.

라미 사파리, 파카 조터, 중국산 만년필들이 나온다.
라미는..... 내가 생각한 만년필이 아니다... 너무 캐주얼하다..그래도 처음인데 중국산은 좀..

그래...어릴 때 어른들이 쓰던걸 봤던 그 화살 클립의 파카.. 역시 고급 필기구는 파카지...
근데 이녀석들 미제로 알고 있는데... 언제 영국회사에 Made in France가 된거니..
그렇게  어릴 때 많이 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의 파카 조터로 만년필에 입문하게 되었다.

 

 

조터 만년필로 오랜만에 손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다는 행위를 해봤다.
오~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며 손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 좋다~

그 뒤 조터로 딱히 무언가를 정리할게 없어도 그림을 그린다던지
아무말이나 종이에 쓰기 시작하였다.
쓰는동안 잡념도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음한 구석에서는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꿈틀되기 시작했다.
지름신....물욕이라 불리는 녀석을 깨우고 말았다.

시대를 호령하던 만년필을 써보고 싶었다.
그중에 세계에서 8억개나 팔렸다는 파카 51이 너무 갖고 싶어졌다.
(아직 작은 양심이 남아있어.... 다른 명기라 불리는 만년필의 넘지 못할 가격이 조금 많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십수년 만에 이베이를 접속하여 파카 51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이녀석 생긴게 조금씩 다르고...
버큐매틱, 에어로매틱, MK I, MK II, MK III, Demi Size, Special 등 처음 듣는 용어들이 튀어나온다.

어쩔 수 없이 파카 51에 대해 알아봤다.
다행히 많이 팔려서 인지 자료가 많다.

일단 급하게 배운 것을 간단히 정리 하면..

 

 

1. 1940년 파카 51주년에 버큐매틱잉크 주입 방식의 파카 51이 출시 되었다.
   - 버큐매틱 잉크 주입 방식 (Vacumatic Filling System)
     배럴 끝의 버튼을 누르면 진공이 형성 되어 잉크를 채우는 방식
2. 1946년 까지 클립에 파란색 다이아몬드와 Parker라는 각인이 있다.
3. 1947년 이후 우리가 아는 화살깃 형태의 클립으로 변경된다.
4. 1948년 에어로매틱 방식으로 잉크 주입 방식이 변경된다. (MK I)
   - 에어로매틱 잉크 주입방식 (Aeromatic Filling System)
     스포이드 형캐의 Sac을 눌러 잉크를 채우는 방식
5. 1950년 기존 에어로매틱의 내구성을 개선한 4Time Filler가 적용된다 (MK II)
6. 1962년 전체적으로 리디자인된(원가 절감된) 51이 출시 된다. (MK III)
7. 크기가 조금 작은 Demi 가 존재하고. 저가형 파카 21의 필러를 사용한 Parker 51 Special이 있다.
8. 경우에 따라 버큐매틱을 MK I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수집 목적이 아닌 실사용 목적이라면
Parker 51 Aeromatic Mark II를 사는게 제일 좋다.

시대별 Parker 51의 모습

이제 이베이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는 것만 남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성질 급한 나는
즉시구매가 있는 물건들을 봤다.
역시나 상태 좋아보이는 물건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쓸데 없는 용어만 알아간다.
NOS (New from Old Stock) 신동급은 많이 비쌌다.

거기에 영국/미국 판매자가 대부분이라 F촉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중 눈에 딱 들어온 영국 판매자의 물건
그겄도 즉시 구매가 약 $50
상태는 좋아보였으나 결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
그리고 국제 배송비 $40..

일단 배송비는 배송국가를 같은 영국으로 바꾸니 $4.3으로 많이 내려가서
배대지를 사용하기로 하고.
미작동은 한번 경험해보는 셈치고 수리하자는 마음으로

Buy it Now를 누르고 말았다.

이베이의 바다에서 찾은 미작동 Parker 51

 

2주의 기다림은 참 힘들었다.
드디어 물건이 도착!!
매번 알리에서 오는 소포만 보다 영국 소포를 보니 무언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영국에서 온 Parker 51 소포

바로 제품의 상태를 확인 했다.
음.... 70년이란 세월을 생각한다면 잔 스크래치 정도만 있고 양호 했다.
다만 닙쪽과 후드에는 마른 잉크가 많이 보였고, 필러쪽에도 녹이 있었다.

 

 

 

배송 받은 직후 Parker 51의 모습

 

일단, 세척을 위해 미온수에 담그자 악귀가 나오듯 검푸른 잉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전 사용자가 블루블랙잉크를 주로 사용했나 보다.

미온수에 담그자마자 쏟아지는 잉크

유튜브의 분해 영상을 보고 분해를 시도해 봅니다.
우선 후드와 배럴을 이어주는 커넥터 부분이 셀락이란(천연접착제/바니시)로 고정되어있어
이것을 녹여줘야 합니다.
80도의 물 혹은 드라이어로 녹여주면 됩니다.

80도(사실 측정하진 않고 대충 앗 뜨거하는 정도의 물로)의 물에 30분 담가 놓고
고무장갑으로 후드와 커넥터를 많이 힘껏 돌리니
끈적거리는 셀락이 손에 묻으며 풀립니다.

오 컬렉터 안에 떡진 잉크가 장난 아닙니다.

필러의 고무 SAC은 문제 없어보여 분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해도 분해가 안됐다는 것은 비밀)

 

컬렉터의 수십년 방치된 잉크

일단 칫솔로 구석구석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초음파 목욕을 시켜 줬습니다.
안경닦을려고 구매한 샤오미 초음파 세척기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초음파 목욕중인 파카 51 부품

세척후 하루정도 건조한 뒤
금속은 피칼 광택제로, 플라스틱부분은 타미야 컴파운드로 다시 닦아 주었습니다.
컬렉터 닙쪽에는 몇 군데 크랙이 있더군요

 

컬렉터 부분의 크랙

 

세척후 닙의 모습 (상태가 매우 좋아 보입니다.)

 

캡도 분해해서 닦아 주었습니다.

 

 

분해 세척이 완료된 Parker 51

 

드디어 대망의 조립
조립해 놓으니 잔 스크래치도 많이 사라지고 꽤 고급져 보입니다.
닙 교정도 필요 없을 정도로 닙 상태는 좋았습니다.

 

 

분해/세척 완료후 재조립한 Parker 51

 

닙의 상태

이제 시필의 시간이 왔습니다.
잉크를 충전하고(에어로매틱으로 잉크채우는 기분이 매우 좋네요..)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봅니다.

오!!!! 긁히는 감 없이 매우 부드럽게 써집니다. 그립감도 훌륭하고 무게도 딱 적당합니다.
역시 많이 팔린 이유가 있네요.
 F촉의 두께도 딱 원하던 굵기 입니다.

진짜 50년대 미국식 실용주의의 끝판왕인 만년필 인 것 같습니다.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이 필기에 최적화된 물건입니다.

당분간 이녀석만 사용할 것 같네요..
파카 조터 안녕~~~

끝으로 51로 작성한 낙서 비슷한 것 몇 장 올려 봅니다.

 

 

 

Parker 51 분해도

 

Parker 51의 역사

 

 

| CANON EOS 5D Mark III | CANON EF 24-70mm F2.8/L II | 20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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