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카메라에 대한 단상...







우리 아버지는 매우 무뚝뚝하신 경상도 남자였다.

한번도 자상하게 자식들한테 먼저 말을 건내신 적이 없으셨다.

그런분이 어느날 없는 형편에 어머니 몰래 돈을 모으셨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난다.

몇 해가 지나고 집에 오시는 아버지 손에는 니콘 FM2가 들려 있었다. 50mm F/1.4 단렌즈와 함께....

그것을 들고 오셨던날 어머님과 엄청 싸우셨던 기억도 난다.

그 카메라가 생긴 뒤로 부쩍 주말 외출이 늘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엄청 반짝거리고 뽀대가 나던 그 카메라로 우리들을 찍어 주셨다.. 묵묵히..


흔히들 남자는 일생에 꼭 하나에 집착하게 된단다. 흔히 집착하는 베스트가 계집,자동차,오디오,고가시계,카메라 란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베스트 목록이 조금 안 맞기는 하다. 저 베스트 목록들 앞에는 항상 남자의 로망 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남자아이와 어른은 갖고 노는 장난감 가격만 틀리다는 이야기도 있다...
머 크게 반박할 말이 안떠오를 정도로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근데 왜 저 남자의 로망 리스트에 카메라가 들어있을까...
70~80년대 고도성장 시절을 생각해 보면 다른 목록들은 부와 성공의 상징물로 요약될 수 있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럴정도로 고가의 물건은 아니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처럼 무뚝뚝하고 따스한 말한마디 건내지는 못하고, 바쁜 일상에 쫓겨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아버님 세대 남자들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멀리서 카메라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식들을 바라보면서 그 일상을 기록하고 싶으셨던 아버지의 마음....
그게 남자의 로망에 카메라가 순위권 안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런 남자들의 마음은 지금 시대도 변함없이 통용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나도 내 아들들을 찍고 있으면서 행복해 하니까 말이다..

내 마눌님도 카메라로 아들 사진좀 그만 찍고 애들이랑 놀아 달라는데...
가끔은 주변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며
그냥 믿어주는 것으로도 나의 마음이 전달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생각의 진정 착각인가...


이제 나도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가는 나이가 되는 것인가...

비록 그 때 사셨던 FM2는 내가 고등학교 때 망가트려 없지만... 그 사진들과 필름은 남아있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없는 채로....

오늘 이쁜 여자친구, 모델, 사랑스런 아내와 자식들, 멋진 풍경이 아닌
주름살 깊게 패이신 부모님 사진 한장 찍어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아버지가 FM2 이후에 쓰시던 CANON EOS 30은 내가 물려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볼때 마다. 1:1 Body에 대한로망이 생긴다.....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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